2008
내용
작가 안미선은, 예술의 전당’MANIF 2005’ 전에서 처음 대면하여
김현주갤러리의 기획전 ‘크리스마스 선물전2006’을 시작으로 ‘KIAF07’ 과
‘ART DAEGU 07’에서 함께 호 홉을 맞춰온 작가입니다.
작품의 오브제로서의 ‘고양이’는 밝고 긍정적인 작가 자아를 반추 하 듯하며,
그리움과 향수를 자아내는 배경을 중심으로 연출됩니다.
팔판동 이전 후 김현주 갤러리의 첫 젊은 작가 안미선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안미선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가 나쓰메 소세키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이다.
인간보다도 더 섬세하게 숨겨진 인간 내면의 모습을 고양이의 시각을 빌어 반추한 소설이다.
마치 정밀한 현미경으로 우리의 인간심리를 들여다본 것처럼 생생하다.
이 소설이 나쓰메 소세키 소설 미학의 정수이자, 그를 일본 근대 문학사 100년을 통틀어
최고의 작가로 자리매김 시키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독창적인 시각’일 것이다.
그것은 고양이를 화자로 등장시킨 독특한 구성, 종횡무진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시원스런
문체가 서로 만나 가능했을 것이다. 나쓰메가 그 ‘독창적인 시각’으로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바로 ‘고양이의 눈’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안미선의 작품에도 늘 고양이가 등장한다. 나쓰메 소세키는 고양이가 지닌 섬세한 감각의
눈을 빌어 인간 내면을 꿰뚫어봤다면, 안미선은 고양이의 섬세한 몸짓을 통해 아름답고
평화로운 일상을 들여다보게 한다.
알려진 것처럼 고양이의 습성은 매우 특별하다. 그 어느 애완동물 못지않게 인간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결코 인간에게 의지하거나 안기길 싫어한다. 가령 시도 때도 없이 애교를
부린다거나 함께 나란히 산책을 즐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만큼 고양이는 도도하다.
스스로 놀기를 좋아하는 자립심, 깜짝 놀랄만한 청결함, 양에 넘치게 먹이를 탐하지 않는
자족의 미학을 지녔다. 그뿐인가. 자신의 주변 생활환경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 그것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을 표현한다. 놀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관찰하다보면, 마치 이제 세상에 막 눈뜬
어린 아이의 호기심과 세상에 달관한 이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놀랍다.
안미선의 고양이 그림은 다른 그림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지녔다.
바로 고양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 때문.
박제된 정물이나 조형적인 구성만을 고려한 대상물이 아니라, 스스로 생명력을 가진 주인공이다.
진부하고 심심할 수 있는 일상의 스토리를 고양이 스스로 생동감 넘치게 만들어내고 있다.
어떤 장면에선 ‘다음엔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하는 긴장감까지 감돌기도 한다.
결국 안미선이 보여주는 고양이 그림의 매력은 바로 정지된 자태에 무게를 준 초상기법이 아니라,
동영상을 옮겨 놓은 듯이 고양이의 내면 표정까지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안미선 그림의 감상 포인트는 여성스러움이다. 어떤 이는 그림의 여성스러움은 호소력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만이 지닌 감각적인 미학이 발산될 때는 오히려 진정한 매력이자 강한 흡입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안미선의 그림 역시 여성스런 부드러움이 장점이다. 단지 실크 천에 고급스런 수를 직접 놓고 섬세한
채색을 가미했다고 해서가 아니다. 고양이의 더없이 평화로운 표정에만 주목하고 있어선 더욱 아니다.
어머니가 여성과 다름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듯, 안미선의 그림에서 풍기는 여성스런 매력 또한 어느
한 요소에 국한한 문제는 아니다. 부분에서 전체까지, 시작부터 마지막 종결까지 여성만이 구사할 수 있는
섬세한 배려와 친절한 감성이 스며있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은 어느새 옷이 젖듯, 부지불식간에 요란하지도
않게 깊은 감동을 전하는 특별한 매력을 지녔다고 하는 것이다.
화면의 구성이나 색조도 남다르다. 수간채색이 지닌 색감의 깊이는 유지하되, 전통 동양화가 구사하는
공간구성법까지 아주 유용하게 가미되었다. 여백의 미를 적절하게 활용한 이미지 배치는 한결 여유로움과
넉넉한 공간의 운용을 잘 보여준다. 표현기법은 전통을 따르되, 조형어법은 현대적인 감성까지 포용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충분히 엿보인다.
줄곧 ‘비상’이란 테마를 고집하는 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양이와 비상. 뭔가 특별한 연관성이나
그리 잘 어울릴 것 같은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그림을 바라보는 데만 그치지 않고 그림 속의 주인공이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찰하다보면 뭔가 신비한 쾌감을 공감하게 된다. 거실에 놓인 어항 속의
금붕어를 한참 들여다보면 어느덧 내 몸도 금붕어 유영(遊泳)에 맞춰 긴장감이 풀어지듯, 고양이의
미세한 몸짓이나 움직임의 흔적들은 한없이 긴 평화로움을 선사한다.
날개를 갈구하며 우화등선(羽化登仙)을 꿈꾸는 것은 영원히 저버릴 수 없는 인간의 욕구이다.
안미선 역시 고양이를 통해 또 다른 세계로 안내되길 희망할 것이다.
비록 겉면으론 무궁한 평화를 만끽하고 있는 고양이의 유희(遊戱)겠지만, 작가 스스로 그 주인공이 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고양이가 현실과 이상향의 문턱을 넘는 순간, 바로
작가 스스로도 비상할 수 있다는 꿈의 욕망을 보여주는 것이지 않을까.
김윤섭 : Kim Yoon Sub
한국미술경영연구소 : The Korean Arts Management Institute
김현주갤러리
김현주
작가 안미선은, 예술의 전당’MANIF 2005’ 전에서 처음 대면하여
김현주갤러리의 기획전 ‘크리스마스 선물전2006’을 시작으로 ‘KIAF07’ 과
‘ART DAEGU 07’에서 함께 호 홉을 맞춰온 작가입니다.
작품의 오브제로서의 ‘고양이’는 밝고 긍정적인 작가 자아를 반추 하 듯하며,
그리움과 향수를 자아내는 배경을 중심으로 연출됩니다.
팔판동 이전 후 김현주 갤러리의 첫 젊은 작가 안미선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안미선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가 나쓰메 소세키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이다.
인간보다도 더 섬세하게 숨겨진 인간 내면의 모습을 고양이의 시각을 빌어 반추한 소설이다.
마치 정밀한 현미경으로 우리의 인간심리를 들여다본 것처럼 생생하다.
이 소설이 나쓰메 소세키 소설 미학의 정수이자, 그를 일본 근대 문학사 100년을 통틀어
최고의 작가로 자리매김 시키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독창적인 시각’일 것이다.
그것은 고양이를 화자로 등장시킨 독특한 구성, 종횡무진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시원스런
문체가 서로 만나 가능했을 것이다. 나쓰메가 그 ‘독창적인 시각’으로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바로 ‘고양이의 눈’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안미선의 작품에도 늘 고양이가 등장한다. 나쓰메 소세키는 고양이가 지닌 섬세한 감각의
눈을 빌어 인간 내면을 꿰뚫어봤다면, 안미선은 고양이의 섬세한 몸짓을 통해 아름답고
평화로운 일상을 들여다보게 한다.
알려진 것처럼 고양이의 습성은 매우 특별하다. 그 어느 애완동물 못지않게 인간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결코 인간에게 의지하거나 안기길 싫어한다. 가령 시도 때도 없이 애교를
부린다거나 함께 나란히 산책을 즐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만큼 고양이는 도도하다.
스스로 놀기를 좋아하는 자립심, 깜짝 놀랄만한 청결함, 양에 넘치게 먹이를 탐하지 않는
자족의 미학을 지녔다. 그뿐인가. 자신의 주변 생활환경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 그것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을 표현한다. 놀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관찰하다보면, 마치 이제 세상에 막 눈뜬
어린 아이의 호기심과 세상에 달관한 이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놀랍다.
안미선의 고양이 그림은 다른 그림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지녔다.
바로 고양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 때문.
박제된 정물이나 조형적인 구성만을 고려한 대상물이 아니라, 스스로 생명력을 가진 주인공이다.
진부하고 심심할 수 있는 일상의 스토리를 고양이 스스로 생동감 넘치게 만들어내고 있다.
어떤 장면에선 ‘다음엔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하는 긴장감까지 감돌기도 한다.
결국 안미선이 보여주는 고양이 그림의 매력은 바로 정지된 자태에 무게를 준 초상기법이 아니라,
동영상을 옮겨 놓은 듯이 고양이의 내면 표정까지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안미선 그림의 감상 포인트는 여성스러움이다. 어떤 이는 그림의 여성스러움은 호소력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만이 지닌 감각적인 미학이 발산될 때는 오히려 진정한 매력이자 강한 흡입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안미선의 그림 역시 여성스런 부드러움이 장점이다. 단지 실크 천에 고급스런 수를 직접 놓고 섬세한
채색을 가미했다고 해서가 아니다. 고양이의 더없이 평화로운 표정에만 주목하고 있어선 더욱 아니다.
어머니가 여성과 다름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듯, 안미선의 그림에서 풍기는 여성스런 매력 또한 어느
한 요소에 국한한 문제는 아니다. 부분에서 전체까지, 시작부터 마지막 종결까지 여성만이 구사할 수 있는
섬세한 배려와 친절한 감성이 스며있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은 어느새 옷이 젖듯, 부지불식간에 요란하지도
않게 깊은 감동을 전하는 특별한 매력을 지녔다고 하는 것이다.
화면의 구성이나 색조도 남다르다. 수간채색이 지닌 색감의 깊이는 유지하되, 전통 동양화가 구사하는
공간구성법까지 아주 유용하게 가미되었다. 여백의 미를 적절하게 활용한 이미지 배치는 한결 여유로움과
넉넉한 공간의 운용을 잘 보여준다. 표현기법은 전통을 따르되, 조형어법은 현대적인 감성까지 포용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충분히 엿보인다.
줄곧 ‘비상’이란 테마를 고집하는 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양이와 비상. 뭔가 특별한 연관성이나
그리 잘 어울릴 것 같은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그림을 바라보는 데만 그치지 않고 그림 속의 주인공이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찰하다보면 뭔가 신비한 쾌감을 공감하게 된다. 거실에 놓인 어항 속의
금붕어를 한참 들여다보면 어느덧 내 몸도 금붕어 유영(遊泳)에 맞춰 긴장감이 풀어지듯, 고양이의
미세한 몸짓이나 움직임의 흔적들은 한없이 긴 평화로움을 선사한다.
날개를 갈구하며 우화등선(羽化登仙)을 꿈꾸는 것은 영원히 저버릴 수 없는 인간의 욕구이다.
안미선 역시 고양이를 통해 또 다른 세계로 안내되길 희망할 것이다.
비록 겉면으론 무궁한 평화를 만끽하고 있는 고양이의 유희(遊戱)겠지만, 작가 스스로 그 주인공이 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고양이가 현실과 이상향의 문턱을 넘는 순간, 바로
작가 스스로도 비상할 수 있다는 꿈의 욕망을 보여주는 것이지 않을까.
김윤섭 : Kim Yoon Sub
한국미술경영연구소 : The Korean Arts Management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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